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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다인 로얄팰리스 상가, 오피스텔] 중도금대출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이야기 (1) / 법무법인 휘명2025-04-03 13:12
카테고리대외활동
작성자 Level 10

제가 분양계약해제, 분양대금반환, 중도금대출 채무부존재확인 단체소송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다인건설' 사건입니다. 다인건설의 오 회장이라는 분이 전국 곳곳에 분양사업을 동시순차적으로 벌이면서, 어느 분양현장의 분양대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빼내 다른 현장의 사업자금으로 쓰거나 주식을 사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건입니다.

그로 인해 다인건설의 오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이 낸 분양대금을 돌려받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잔금선납하면 분양대금을 할인해 준다'면서 수분양자들로부터 편취한 돈과, 분양계약을 해제했지만 공사중단 등 이유로 정산되지 못한 돈에 대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새마을금고, 신협 등 대주단과의 중도금대출원리금 채무 정산문제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1.jpg 

오늘은 여러가지 '다인건설 사건' 중 '중도금대출채무 부존재 확인'에 관한 재판이 있어, 대구지방법원으로 지방출장을 갑니다.

오늘 재판의 원고는 전직 다인건설 직원분들입니다. 다인건설이 시공순위 66위까지 올랐던 시절 다인건설 및 여러 시행법인에 근무했던 분들이지요.

재직기간 중 이 분들은 오 회장 등 임원들로부터 '분양계약과 중도금대출계약을 체결하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다만, 다른 분양계약, 중도금대출계약과 달리 회사에서 제시한 계약에는 특별한 조건이 있었습니다.

"분양대금과 중도금대출원리금은 회사에서 다 낼 거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도금대출은행과도 다 이야기가 되었고 은행직원들이 주말에 모델하우스로 와서 대기하고 있을거다. 회사에서 버스를 제공해 줄테니 주말에 잠깐 분양현장 모델하우스에 가서 도장만 찍고 와라"

처음에 몇 번은 '대출한도가 다 찼다', '집안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지시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애사심이 없다', '내가 중도금대출은행에 조회해서 알아보니 니 명의로 대출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다더라'면서 거듭거듭 분양계약서, 중도금대출계약서에 자서할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직원들 말에 따르면, 새로 입사한 직원에게는 "입사했으니 한 채"라고 하고, 부장 이상급 직원들에게는 "부장됐으니 세 채"라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역적몰이'를 하였다고 합니다.

회사 생활 하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회장님까지 나서서 '애사심이 없다'고 몰아붙이는데, 어느 직원이 맘 편히 회사를 다닐 수 있겠습니까? 계속 거절하면 승진누락, 한직발령을 거쳐 퇴사를 해야 할 각이잖습니까?

버티다버티다 결국 회사가 제공한 버스(심지어 분양광고내용으로 랩핑이 되어 있는 버스)를 타고 수도권 현장에서 대구, 양산 현장까지 내려가 중도금대출계약 서류에 서명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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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분양사업바닥에서는 흔히 '직원자서'라고 부릅니다. 과거부터 이어온 건설업계의 악습이죠.

분양사업은 '남의 돈'(PF대출자금과 분양대금)으로 하는 초 고위험사업입니다. 고리의 이자를 주면서 빌린 돈을 갚고, 준공을 시켜서 수익을 남기려면 무슨 수를 쓰든 '분양 완판'을 시켜야 합니다. 잔금이 들어와야 모든 빚을 정리하고 수익이 남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수분양자 모집을 할 때도 갖은 허위과장광고가 난무하게 되고, 나중에 분양계약해제, 취소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리고 '분양완판이 임박'하지도 않았는데, '완판 임박'이라는 거짓말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흔히 동원하는 것이 '직원자서'입니다.

상가와 오피스텔을 한 동의 건물로 지어 분양하면, 입지만 나쁘지만 않다면 오피스텔은 거의 완판됩니다. 하지만 오피스텔 분양은 시행사 입장에서 큰 수익이 남지 않습니다.

반면 상가는 공실 위험은 높은데, 한채 한채 팔 때마다 큰 수익이 남습니다. 그래서 높은 분양수수료를 약속하고도 분양대행을 시행사들이 분양대행사에게 맡기는데, 사람 심리가 '분양임박', '완판'이라는 말을 들어야 안심이 되잖습니까?

그래서 상가가 35% 정도 분양된 상황에서, 직원들을 시켜 상가 분양계약서에 서명하게 하게 합니다. 그러면 완판에 가까운 분양율을 찍게 되고, '완판되었지만 사장님께만 특별히 회사보유분을 드린다', '제가 잘 얘기해서 전매받도록 해 드린다'는 이야기로 분양직원들이 손님들을 꼬시게 됩니다.

한편 시행사 입장에서 '직원자서'는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쓰입니다.

보통 분양을 받으면 중도금대출계약도 받게 됩니다. 분양계약을 직원 명의로 하게 하면서, 중도금대출계약도 직원 명의로 받게 만드는데, 그러면 중도금대출한 돈이 분양수입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중도금대출협약 등에 의해서 중도금대출금을 대출금융기관이 직접 분양대금 계좌로 납부하게 되는데, 분양대금 계좌로 들어간 돈은 형식적으로는 분양수입금이 되고, 그 돈은 신탁사의 자금지출을 거쳐 시행사가 공사대금, 사업자금으로 쓰게 됩니다.

이렇게 분양율도 올리고, 사업자금대출도 받을 수 있으니, 과거에는 많은 건설사들이 이를 활용했습니다.

그러다 2013년 금융감독원 등에서 직원자서 금지방안이 시행되면서 현재 시중은행에서는 중도금대출심사시 대출신청자가 시행사 직원 등 분양사업자 관련자가 아닌지를 엄밀히 따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축은행을 제외한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소위 제2금융권에서는 이런 심사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대출을 통한 매출신장이 필요한 제2금융권 기관들이 알면서도 모른척 '직원자서대출'을 해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 재판은, 이런 직원자서 관행이 위법하고, 중도금대출 금융기관들이 이를 잘 알고도 직원자서 명의 중도금대출을 해 주었는지가 주된 쟁점입니다. 과거 제가 관여했던 풍림산업 관련 대법원 판결에서 '직원자서임을 알고 대출해 준 경우 중도금대출계약은 무효이다'는 판시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대구역에 내릴 때가 다 되기도 했고, 이야기가 길어져 다음에 또 이어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