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분들이 상담시 가져오시는 분양계약서, 공급계약서에는 어김없이 들어가는 조항들이 있습니다. 입주예정일, 계약의 해제, 관리형토지신탁에 관한 확인사항, 위약금, 입주절차 등등 판에 박은 듯한 조항들이죠. 분양계약해제, 취소 및 분양대금반환 사건에서 각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조항들이고, 케이스 별로 유용하게 써먹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관계인이라면 관련 법리 및 내용을 머리에 숙지하고 있어야 하지요. 오늘은 분양계약서, 공급계약서 계약 조항 중 아래와 같은 계약내용에 대해 설명드리려 합니다.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위 조항의 내용만 보면, 중도금을 1번도 안내고 계약금만 낸 사람은 언제까지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수분양건물이 준공되어 사용승인이 나고, 입주지정기간을 정하여 입주안내문이 나갔을 때에도 계약해제가 가능할까요? 민법상 권리에는 소멸시효, 제척기간이 있고, 형사범죄에서는 공소시효가 있는 것처럼, 모든 권리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종기'가 있습니다. 오늘 질문에 대한 답은 해당 쟁점을 정면으로 판단한 제1심 판결문 내용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이러합니다. 원고들(부부)은 인천 남동구 소재 오피스텔을 공동 분양받은 수분양자입니다. 피고 C 주식회사는 해당 오피스텔을 신축·분양한 사업 시행사입니다. 피고 D 주식회사는 시행을 위탁받은 신탁회사입니다. 원고들은 2021.7.10.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41,413,190원)만 납부한 상태에서 중도금은 미납하였습니다. 피고 신탁회사는 2023.3.9. 사용승인을 받고, 2023.5.16. 준공 및 사전점검 안내문을 발송하였습니다. 피고 신탁회사는 2023. 6. 9.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건물의 수분양자들에게 입주지정기간을 2023. 6. 26.부터 2023. 8. 13.까지로 정하여 입주안내문을 발송하였고, 이 사건 제2 안내문은 2023. 6. 13. 원고들에게 송달되었습니다. 원고들은 2023.7.10. 분양계약 해제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위 사실관계를 두고, 피고 신탁회사는 이런 주장을 하였습니다. ① 원고들은 자신의 사정으로 인한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되, ② 중도금을 1회라도 납부한 경우라면 즉, 계약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한 경우라면, 매도인인 피고 신탁회사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이 사건 조항은 민법 제565조 제1항을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하다(즉, 이 사건 조항에 따른 해제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피고 신탁회사는, 사용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이 사건 제1, 2 안내문을 원고들에게 보냄으로 이 사건 분양계약의 이행에 착수하였고, 원고들이 이 사건 소장을 통하여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이행의 착수 이후이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해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신탁 회사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우선 아래와 같은 논리로 위 조항에서 정한 '약정해제권'의 행사 가능시기는 민법 제565조 제1항에서 정한 약정해제권과 다르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조항("원고들은 자신의 사정으로 인한 경우 스스로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중도금을 1회라도 납부한 후에는 피고 신탁회사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한다.")은 민법 제565조 제1항과 별개의 약정해제권을 규정한 것이다. 문언상 중도금 납부 전이라면 피고들의 이행 착수 여부와 관계없이 해제 가능하다. 약관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러면서 '분양계약 해제의 시기적 한계'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면서 원고의 해제권 행사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조항의 약정해제권은 입주지정기간 만료일이 도과하면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 입주지정기간 내에는 중도금 미납 상태에서 해제 가능하다. 원고들은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지정기간 내에 해제 의사표시를 하였다. 이 사건 분양계약은 원고들의 해제 의사표시에 의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다만, 계약 제4조 제4항에 따라 공급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있다.
정리하여 말씀드리자면, '중도금을 1회라도 납부하기 전에는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분양계약서 기재 조항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서 정한 약정해제권 조항과 다른 것이어서,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도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무한정 할 수는 없고, '입주지정기간 말일'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난이도의 소송으로 분류되는 분양계약해제, 취소 및 분양대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살발한(?) 시행사, 분양대행사, 신탁사, 시공사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분양계약서에 써 있는 계약 조항 하나하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전쟁터에 나가는데 소총 한 자루 없이 나가는건 너무 무모한 일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