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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분양계약해제, 분양대금반환] 계약금만 납부한 사람의 해제권 행사 종기는 - 사용승인시? 입주안내문발송시? 입주지정기간 만료시? 2025-04-21 10:39
카테고리대외활동
작성자 Level 10

수분양자분들이 상담시 가져오시는 분양계약서, 공급계약서에는 어김없이 들어가는 조항들이 있습니다.

입주예정일, 계약의 해제, 관리형토지신탁에 관한 확인사항, 위약금, 입주절차 등등 판에 박은 듯한 조항들이죠.

분양계약해제, 취소 및 분양대금반환 사건에서 각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조항들이고, 케이스 별로 유용하게 써먹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관계인이라면 관련 법리 및 내용을 머리에 숙지하고 있어야 하지요.

오늘은 분양계약서, 공급계약서 계약 조항 중 아래와 같은 계약내용에 대해 설명드리려 합니다.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위 조항의 내용만 보면, 중도금을 1번도 안내고 계약금만 낸 사람은 언제까지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수분양건물이 준공되어 사용승인이 나고, 입주지정기간을 정하여 입주안내문이 나갔을 때에도 계약해제가 가능할까요?

민법상 권리에는 소멸시효, 제척기간이 있고, 형사범죄에서는 공소시효가 있는 것처럼, 모든 권리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종기'가 있습니다.

오늘 질문에 대한 답은 해당 쟁점을 정면으로 판단한 제1심 판결문 내용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는 이러합니다.

  • 원고들(부부)은 인천 남동구 소재 오피스텔을 공동 분양받은 수분양자입니다.

  • 피고 C 주식회사는 해당 오피스텔을 신축·분양한 사업 시행사입니다.

  • 피고 D 주식회사는 시행을 위탁받은 신탁회사입니다.

  • 원고들은 2021.7.10.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41,413,190원)만 납부한 상태에서 중도금은 미납하였습니다.

  • 피고 신탁회사는 2023.3.9. 사용승인을 받고, 2023.5.16. 준공 및 사전점검 안내문을 발송하였습니다.

  • 피고 신탁회사는 2023. 6. 9.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건물의 수분양자들에게 입주지정기간을 2023. 6. 26.부터 2023. 8. 13.까지로 정하여 입주안내문을 발송하였고, 이 사건 제2 안내문은 2023. 6. 13. 원고들에게 송달되었습니다.

  • 원고들은 2023.7.10. 분양계약 해제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위 사실관계를 두고, 피고 신탁회사는 이런 주장을 하였습니다.


① 원고들은 자신의 사정으로 인한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되,

② 중도금을 1회라도 납부한 경우라면 즉, 계약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한 경우라면, 매도인인 피고 신탁회사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이 사건 조항은 민법 제565조 제1항을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하다(즉, 이 사건 조항에 따른 해제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피고 신탁회사는, 사용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이 사건 제1, 2 안내문을 원고들에게 보냄으로 이 사건 분양계약의 이행에 착수하였고, 원고들이 이 사건 소장을 통하여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이행의 착수 이후이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해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신탁 회사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우선 아래와 같은 논리로 위 조항에서 정한 '약정해제권'의 행사 가능시기는 민법 제565조 제1항에서 정한 약정해제권과 다르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이 사건 조항("원고들은 자신의 사정으로 인한 경우 스스로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중도금을 1회라도 납부한 후에는 피고 신탁회사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한다.")은 민법 제565조 제1항과 별개의 약정해제권을 규정한 것이다.

  • 문언상 중도금 납부 전이라면 피고들의 이행 착수 여부와 관계없이 해제 가능하다.

  • 약관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러면서 '​분양계약 해제의 시기적 한계'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면서 원고의 해제권 행사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위 조항의 약정해제권은 입주지정기간 만료일이 도과하면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다.

  • 입주지정기간 내에는 중도금 미납 상태에서 해제 가능하다.

  • 원고들은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주지정기간 내에 해제 의사표시를 하였다.

  • 이 사건 분양계약은 원고들의 해제 의사표시에 의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 다만, 계약 제4조 제4항에 따라 공급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있다.

정리하여 말씀드리자면, '중도금을 1회라도 납부하기 전에는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분양계약서 기재 조항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서 정한 약정해제권 조항과 다른 것이어서,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도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무한정 할 수는 없고, '입주지정기간 말일'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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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도의 소송으로 분류되는 분양계약해제, 취소 및 분양대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살발한(?) 시행사, 분양대행사, 신탁사, 시공사를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분양계약서에 써 있는 계약 조항 하나하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전쟁터에 나가는데 소총 한 자루 없이 나가는건 너무 무모한 일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