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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판결문 분석 - 분양대행사 직원의 "임대사업을 했을 때 80% 이상 대출이 나온다"는 말, 분양계약 취소 가능할까?2025-04-14 11:38
카테고리대외활동
작성자 Level 10

제가 대리하여 분양계약해제, 취소 및 분양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수분양자 한 분으로부터 한 통의 판결문을 전달받았습니다. '내용이 복잡하여 잘 이해가 안된다'면서 제가 살펴보고 그 내용을 알려달라는 뜻으로요.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보석같은 자료들을 의뢰인들로부터 얻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단체소송을 진행할 때면, 저 스스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주장들과 양질의 증거 및 자료들을 의뢰인들로부터 받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른바 '집단지성의 힘'이랄까요.

오늘 의뢰인께서 주신 판결문은 분양대행사 직원이 한 "임대사업을 했을 때 80% 이상 대출이 나온다"는 말을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사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2022년 7월 15일 피고 C와 지식산업센터 J, K호에 대한 수분양권을 각 매수 하는 분양권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8월 31일에는 피고 D로부터 지식산업센터 L호에 대한 수분양권 을 매수하는 분양권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이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각 매매계약 당시 피고 E의 직원들인 M, N에게 부동산 임대업을 할 목적으로 이 사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하였는데, M, N는 "지식산업 관련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개인이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분양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지식산업센터는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워 정책자금으로 분양대금의 80% 내지 90% 상당의 대출이 나오며, 본인들이 추후 임대를 100% 보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를 믿고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입니다.

판례검색사이트를 통해 오늘 판결문과 유사한 사안을 리서치하다보면, 힘이 빠집니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판결문에서 "기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기망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 "계약서, 확인서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인다" 등의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분양계약 해제, 취소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뢰인께서 보내주신 판결문 앞 부분의 사실관계를 보면서, '전형적인 판결문이네'라고 맥이 빠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예상했던 결과를 뛰어넘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당시 원고에게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분양받아 사용하는 것과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분양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기망한 사실, 원고는 N의 위와 같은 말을 믿고 착오에 빠져 임대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판결문을 보고 나니, 마치 파랑새를 찾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ㅎㅎ

파랑새 같은 위 판결에 큰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의뢰인분에게 해당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나니, 저도 힘이 솟는 걸 느낍니다.

많은 케이스들이 분양대행사 직원들의 갖은 기망과 착오들로 얼룩져 있는데, 앞으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증거와 집단지성으로 얻을 수 있는 증거를 박박 긁어 법원에 제출해야 겠다 싶습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후지만, 파랑새 판결문 덕분에 몸과 맘은 한결 가볍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