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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왕 스마트시티 퀀텀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분양대금반환청구소송을 하고 있는데, 분양계약 취소를 주장하면서 별소를 제기해도 되나요?2025-04-09 11:22
카테고리대외활동
작성자 Level 10

제가 분양계약과 관련하여 설명회, 법률상담을 할 때, 수분양자분들이 제게 질문하시는 내용을 생각해 보면, 이런 질문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계약 당시 대출이 80%까지 가능하다고 했는데 실제 대출하려고 보니 50%도 안 나왔어요. 계약을 해제, 취소할 수 있을까요?"

"분양받은 호실에 큰 기둥이 2개나 있어요. 분양받을 당시 이렇게 큰 기둥인지 알았으면 계약 안 했을 거에요. 계약을 해제, 취소할 수 있을까요?"

"시행사가 부도가 난다고 하는데, 소송에서 승소해도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계약서에 기재된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이 지났는데,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시행사와 분양계약을 합의해제하려고 하는데 시행사가 자신들이 선납한 이자까지 요구합니다. 제가 선납이자까지 납부하면서 분양계약을 해제하는게 맞을까요?"

이처럼 대부분의 수분양자 분들이 하시는 질문이 크게 다르지 않다보니, 따로 자료를 찾아 리서치하지 않더라도 즉석에서 바로바로 답을 드리는게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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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은 사법시험 고시생 시절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관련 판결을 확인해야 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늘 방문하신 분은 제가 수행하고 있는 의왕 스마트시티 퀀텀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대금 반환청구 소송의 원고 중 한분이었습니다. 설명회나 상담자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하셔서 얼굴을 뵈니 금방 알아보겠더군요 ㅎㅎ.

상담 초반 그 분께서 '의왕 스마트시티 퀀텀 지식산업센터 말고도 분양받은 다른 구분건물이 하나 있다. 그 구분건물은 이미 다른 법무법인을 통해 분양계약해제, 분양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말씀하시네요. 상담오신 분이 이렇게 말씀하실 때는 보통 두 가지 경우입니다. 현재 소송대리인이 맘에 안 들어서 교체를 생각하고 계시거나, 현재 소송대리인의 업무내용이 맞는지 법률적 검증을 원하시든지 두 가지 중 하나인 거죠.


머릿속으로 이런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 분의 말씀을 계속 들어봅니다.

"현재 소송대리인께서 열심히 해 주고 계시지만, 이 분과 의견이 계속 안맞아 부딪힙니다. 지금 소송에서는 분양계약에 여러가지 해제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분양계약이 해제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니 충돌은 있더라도 현재 소송대리인이 하는 소송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 분의 말씀이 다소 의아해 조심스레 여쭤봅니다.

"사장님께서는 현재 소송대리인과 충돌은 있지만 그 분의 업무내용을 의심하고 계시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딱히 업무내용의 잘잘못을 제게 물어보는 거 같지는 않구요. 그리고 현재 소송대리인을 교체할 필요를 느끼고 계시지도 않은 거 같구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사장님께서 시간 내어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그러자 그 분께서는 본인이 그동안 사건으로 고생한 얘기, 사건때문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법률공부를 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들어보니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법률용어들이 계속 나오네요.ㅎㅎ 이럴 땐 변호사로서 긴장을 하고 들어야 합니다. 자칫 잘못 얘기했다가는 한순간 실력 없는 변호사로 낙인 찍히거든요.

한참 그 분 얘기를 들어보니, 그 분이 저를 찾아온 목적은 이렇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참여하고 있는 소송은 단체소송이라서 자신이 하고 싶은 주장을 다 하지 못한다. 현재 소송에서는 분양계약 해제사유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는 분양계약 취소사유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주장을 하고 싶다. 단체소송이다보니 사장님만 빠지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현재 소송대리인에게도 크게 불만은 없으니 판결까지는 보고 싶다. 그래서 변호사님께서 따로 분양계약 취소를 주장하면서 분양대금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해 주시면 안되겠냐?'

저를 믿고 수임 제안을 주신 것에 감사한 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제안은 거절할 수 밖에 없더군요.

왜냐하면, 사장님께서 제안하신 소송은 민사소송법상 '중복제소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소장을 접수하더라도 바로 각하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복제소금지원칙은, 동일한 소송을 이 법원, 저 법원에 여러 번 제기하면 안된다는 원칙입니다. 각 법원마다 내리는 판결이 달라지면 당사자도 힘들고 법원도 곤란해지기 때문입니다. 법률용어로는 소송불경제, 판결의 모순저촉방지라는 이유로 중복제소를 금지합니다.

사장님께서는 현재 분양계약해제를 이유로 한 분양대금반환청구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법률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이라고도 하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장님과 같은 상황에서 분양계약취소를 이유로 분양대금반환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259조가 금지하는 중복제소에 해당합니다. 해제사유로 주장하는 내용과 취소사유로 주장하는 내용은 다르기 때문에, 얼핏 보면 다른 소송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법률상 원인 없는 사유(계약의 불성립, 취소, 무효, 해제 등)를 주장하는 것은 단지 공격 방법에 불과하므로, 소송물이 동일하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사장님 제안을 '얼씨구나'하고 받아들여 소송을 시작하는 순간, 그 소송은 부적법하여 폐기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의뢰인에게 손해가 되는 걸 권해드려서는 안되겠죠.

이런 사정을 상세히 설명드렸더니, 공부가 많이 되어 있으셨는지 금방 이해를 하시네요. 역시 스마트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