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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조선일보] 교보만 믿고 오피스 계약했다 '노후 폭망'…'허위 광고'에 반절 미분양2025-04-14 15:38
카테고리분양사기
작성자 Level 10

교보만 믿고 오피스 계약했다 '노후 폭망'…'허위 광고'에 반절 미분양

이승우 기자

[땅집고] 대기업 계열 부동산 신탁사를 믿고 계약한 신축 오피스의 허위 광고로 수분양자들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신탁 계좌에 자금이 바닥나 계약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의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미분양 위험이 높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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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교보자산신탁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으로 시행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DMC퍼스트시티'. /분양홈페이지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 477번지에 준공한 오피스 건물 ‘DMC퍼스트시티’의 일부 수분양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이겼지만, 신탁계좌에서 자금이 바닥나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신탁회사인 교보자산신탁을 믿고 계약했는데, 이제와 사업비가 고갈났다는 말을 믿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 1심 소송 이겼지만 계약금 반환 안해


DMC퍼스트시티는 교보자산신탁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사업으로 추진해 2022년 분양한 복층형 오피스 시설로 올해 3월 14일 준공했다. 분양 당시 오피스 복층 공간에 침대와 소파를 배치한 이미지 등을 내세워 주거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수분양자들은 추후 임대 수익을 고려해 분양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3년 4월 고양시는 DMC퍼스트시티가 주거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허위광고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일부 수분양자들이 시행사 측에 계약해제를 요구했다. 시행사 측은 중대한 결격 사유가 아니기에 계약해제는 불가능하며 전매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수분양자 4명은 2024년 7월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 올해 1월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시행사는 교보자산신탁의 운용계좌에 자금이 바닥났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을 거부했다. 이들을 포함해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수분양자들은 총 9명이다.

수분양자들은 교보자산신탁에 계약금 총 4억8330만원과 연 12% 이자를 반환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6일 시행사 측은 수분양자들에게 중도금 이자를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당초 분양가의 60%인 중도금에 대해 무이자로 대출했지만 준공 한 달을 앞두고 약정을 파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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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자산신탁 사옥./교보자산신탁 홈페이지

■ 시행사·신탁사 “내 탓 아니다” 책임 떠넘겨

계약금 반환와 이자 대납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신탁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시행사 측은 수분양자들에게 “중도금 대출 이자는 약정에 따라 신탁사가 대납했는데, 갑자기 못하겠다며 약정을 파기했다”고 알렸다.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OK저축은행도 수분양자들에게 그동안 대출이자를 부담했던 신탁사가 대납을 중단해 분양계약자가 직접 내야 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교보신탁 측은 이미 신탁사로서 모든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교보신탁 관계자는 “계약금 반환과 이자 부담의 경우 신탁 재산 범위에서 지급해야 하는데 사업비가 이미 바닥났다”며 “중도금 이자 부담도 시행사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과 분양수익금 범위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일반적 약정 파기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교보신탁측은 해당 사업도 준공이 끝나 신탁사로서 책임준공 의무도 이행했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적으로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에서 신탁사는 자금 조달·관리, 시공사 관리·감독 등 사업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한다. 시행사는 사업계획 수립, 인허가 등 행정 절차와 사업 전반에 협력하는 역할을 한다. 교보신탁은 부동산 PF 위기 조짐이 보이던 2022년 DMC퍼스트시티 사업장을 책임준공 신탁사업으로 수주했고, 이미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했기에 추가 자금 투입 중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 수분양자들 “신탁사 믿고 계약했는데…”

신탁 계좌에 자금이 고갈된 이유는 미분양 탓이다. 오는 4월 말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현재 분양률은 48%에 그치고 있다. 사업이 준공돼 추가적인 PF대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신탁사 자금만 20억원 이상 추가 투입됐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교보신탁의 사내 유보금을 활용해 계약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보신탁 재무 상황상 불가능하다. 교보신탁은 지난해 신탁사 중 가장 큰 240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책임준공 사업비 조달 목적으로 빌려주는 신탁계정대여금도 지난해 7912억원으로 전년도(4404억원) 대비 3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사업장이 부실해지면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이익이 감소하는데, 지난해 3475억원을 설정해 책임준공 신탁사업의 손해가 컸다.

교보신탁 측은 “수분양자들에게 계약금을 반환해주는 것은 추가 분양이나 미분양분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수분양자 A씨는 “부동산 분양업에서 신탁사의 존재 이유는 계약자의 재무적 위험을 없애는 것 아닌가”라며 “교보신탁의 이름을 믿고 계약했는데, 정작 신탁사는 거액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하니 수분양자들 피해가 커질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